[추리] 살인자에게 나를 바친다 : 1류 요리를 무한리필한 느낌! 읽은 것들





죽으려는 남자와 죽이려는 남자가 펼치는
가장 지적인 살인극


일본 본격 미스터리계의 주축 작가 이시모치 아사미의 이색적인 미스터리 소설이다. 그의 전작인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의 매력적인 여주인공 우스이 유카가 등장하는 소설로,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전 약 12시간 동안의 일을 그리는 독특한 작품이다. 살인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 살인에 필요한 조건을 서두에서 모두 공개하는 이색적인 전개가 돋보이며, 날카로운 논리력과 극한의 서스펜스가 균형을 이루어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들려준다.

얼마 전 암 선고를 받은 솔라 전기의 사장 히나타 사다노리. 히나타는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간 동안 꼭 해 놓아야 할 일이 있음을 깨닫고, 그 일을 실행하려 한다. 1월의 어느 날, 시즈오카 현 아타미 시의 한 콘도에 솔라 전기의 유능한 4명의 사원들이 모인다. 사원 연수 명목으로 모였지만 사실은 히나타 사장이 계획한 ‘맞선 연수’에 참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원들 중 눈에 띄는 한 남자인 ‘가지마’. 히나타는 이 가지마를 마음에 두고 있다. 맞선 연수의 최적자여서가 아니다. 바로 그가 히나타 자신을 죽일 남자이기 때문이다. 사연은 가지마가 아직 태어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같은 시각, 가지마는 히나타를 반드시 죽이겠다고 다짐한다. 히나타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고, 어머니는 평생 죄스러운 인생을 살았다. 이번에야 말로 그를 죽일 수 있는 최고의 찬스이다. 죽이려는 남자와 죽으려는 남자는 각자 머리를 써 가며 죽음을 위한 준비를 차곡차곡 해 간다. 그런데 그들의 살인극에 유카라는 예상 외의 방해자가 나타나는데…….



여기 죽으려는 남자가 있습니다.
암으로 시한부 생명인 그는, 자신을 죽이려하는 인물을 잘 알고 그 이유에 대해서도 납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살인자가 체포되기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살인이 벌어지기 쉽도록 짜여있는 무대로 예비 살인자를 불러들입니다.
어디까지나 자신을 죽이기 쉽게해서 살인자를 돕기 위해서 말이죠.

그런데 그를 죽이려는 남자는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습니다.
그저 그동안 삭혀왔던 살의를 어떻게든 들키지 않은채 살인하기 위한 계획에 골몰합니다.
어떻게든 살인을 성공시키고 자신은 빠져나갈 것만 목표로 하고요.

그렇게 교차되는 감정 사이에 굇수 한마리가 끼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를 것이란 예측을 뒤엎고, 활동을 개시합니다!


이전 작품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에서 보여준 것 처럼,
이 추리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트릭이나 범인이 아닙니다.
피해자와 살인자가 살인이라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진행되는, 감정의 흐름과 그 교류가 중심인 것이죠.

예비 피해자와 예비 살인자가 각자의 시점에서 말하는 이야기는,
마치 춤과 같이 하나의 형식미를 구성합니다.

특히 자살이 아닌 타살이 되고 싶어하는 피해자와,
살인자가 아닌 복수자가 되려는 살인자의 심리가 교차되는 순간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연(緣)이 되고 운명이 됩니다.

마치 유산을 챙겨주는 아버지와 물려받는 자식의 이야기가 된다고 할까요.


결말의 애매한 표현이 오해의 소지를 낳긴 하지만, 그래도 그 결말은 예정된 그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두 사람 모두가 바라던 결말이었으니까요.


아무튼 이정도의 추리소설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는데 말입니다.
덕분에 이번 주에는 다른 추리물을 읽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네요.
1류 요리를 무한리필해 먹은 듯한 여운을 주는, 『살인자에게 나를 바친다』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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