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이즈 : 초고층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읽은 것들





2008년 타임스 선정 `가장 위대한 영국작가 50인`에 이름을 올렸을 뿐 아니라, 과학소설의 발전을 도모한 뉴웨이브 운동의 기수로도 손꼽히며, 그의 이름을 딴 `Ballardian`이라는 형용사가 만들어져 사전에 등재되었을 정도로, 독특하면서도 인상적인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구축한 20세기 문제작가 제임스 G. 발라드의 장편소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이 영화화한 <크래시(1973)> <콘크리트 섬 Concrete Island(1974)>과 함께 `도시 재앙 3부작`으로 일컬어지는 이 소설은 1975년에 쓰였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최첨단 설비와 디자인을 갖춘 고층아파트를 배경으로 한다. 40층으로 이루어진 유토피아는 고소득 직업군들만을 엄선해 받아들이지만, 아파트의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입주자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야기된다. 결국 2천여 명을 수용한 문제투성이 건물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다.

식욕, 성욕, 수면욕, 배설욕만이 존재하는 원시 세계로 퇴보해 버린 사회에서, 서로를 옥죄고 이용하고 착취하는 입주민들. 악마성이라고 불러도 좋을 인간 내부의 야만적 본성과 사회결함의 근원을 고발하며, 테크놀로지와 인간의 나약한 정신세계가 빚어내는 불협화음이 얼마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미래사회에 대한 경각심과 철학적 질문을 동시에 던진다.



- 2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초고층 아파트가 불과 단 3개월이란 기간만에 자멸해가는 이야기. 거주자를 위한 마트와 수영장에 심지어 초등학교까지 있을 정도로 독립적인 사회가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가를 심도있게 그리고 있다.

- 하지만, 이 소설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바로 사건의 계기가 `불가항력이지 않은 충격`이라는 점이다. 자연재해나 불가사의한 괴수의 등장이 아닌, 거주자들의 사소한 갈등이 불씨로 변해 (말 그대로) 층간 갈등으로 진화한 결과, 최첨단의 건축물을 야만과 폭력의 장으로 변모시켰다. 즉, 거주민들은 언제든지 현대사회인 런던으로 탈출할 기회를 가지고 있었다.

- 때문에 이 소설은 특별해진다! 어쩔 수 없이 변화를 받아들여야하는 상황이 아니라, 어느 정도 개인의 의지가 작용해있기 때문이다. 광기가 전 아파트를 휩쓸기 시작할 때, 아직 이성이 남아있는 사람들은 몸을 빼내 탈출했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아파트의 광기를 깨달았지만 매혹되어 남은 자들과 도망칠 타이밍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던 자들 뿐, 그리고 그들은 살인자 혹은 시체가 되었다.

- 주된 화자는 총 3명으로 관찰자와 저항자 그리고 영주라 말할 수 있다. 모두 광기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지만 매혹당한 인물들로, 그들이 맞이하는 결말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현대 문명 사회 전체를 비웃는 것 같은 엔딩에 그저 감탄하고 말았다.

- 1975년에 나온 소설이라 가장 현대적인 소품 - 핸드폰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소설을 우습게 볼 수가 없는게, 층간의 다툼으로 휴대폰 재머가 등장하고 그로 인해 사건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생긴다. 뭐라해도 이 소설의 충격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현대 사회를 비판하고 문명인이라는 가면을 비웃으며, 현대인의 자기파괴적인 욕망을 그려내는 『하이라이즈』. 때문에 1975년 작이어도 현대물을 압도하는 힘이 있습니다.
이상의 설명이 마음에 드는 분들에게 초강력추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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