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녀전기 애니 - 시나리오는 좋았다 본 것들




애니 완결을 맞아 정리포스팅(유녀전기 1기 완결 - 어려운 조건임에도 괜찮은 성과)을 쓰긴했지만,
넷 곳곳에서 애니가 저평가 되는게 짜증나서 추가로 포스팅합니다.

호불호를 부르는 캐릭터 디자인에 착각물의 매력을 살리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시나리오에서 인과(因果) - '우연'적인 진행이 전부 '존재X의 개입'임을 명확하게 한 점은 정말 좋습니다. 
원작에서 작가가 고의적으로 얼버무려서 독자의 눈을 가린 부분들이 전부 존재X의 수작이였다는거죠.



애초에 전쟁의 기운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마도적성이 있을 뿐인 어린 소녀가 고를 길은 군인 밖에 없었죠. 
말 그대로 선택지가 없는 상황. 티나를 전생시킨 존재X가 이런 상황은 예측 못했을까요?



여기에, 신형보주에 기적을 부여해서 타냐가 전쟁영웅으로 활약할 발판을 만들어줬죠.
A급의 마도적성에 우월한 '병기'가 더해지니 1대 1로는 누구에게도 밀리지않는 '네임드 킬러'가 탄생.
전생물에서 흔히 나오는 《치트》를 타냐에게 부여한 것은 존재X.


제투아가 타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신께서 그것을 원하신다"란 문구가 계기였죠.
이에 타냐와 대화를 하게되면서 타냐의 발상에 흥미를 가지게 되고, 203 마도대대 결성으로 이어집니다.



공화국과의 결전을 앞두고 갑자기 등장한 병기 'V-1'.
제작자인 슈겔 주임은 이전에 신형보주의 개발에서 신의 계시를 받고 착실한 신자가 되었죠.
슈겔 자신이 단언한 바와 같이, 'V-1' 역시 존재X의 개입임이 확실. 


이처럼 작품의 흑막이 존재X임을 명확하게 했기에, 악역같은 타냐가 주인공이라는 것이 긍정됩니다.
유일하게 악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에 대항하려는 마음을 지닌 자가 바로 주인공이니까요.
대항수단이 거의 없기는 하지만 타냐의 독기라면 끝까지 발버둥을 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독자들은 타냐를 비극의 주인공으로 보면서 이야기의 진행을 지켜보게 되죠.




또한 원작에 있던 초대형 지뢰을 없애버린 점도 칭찬할 만 합니다.
203대대의 훈련과정에 나온 '로자리오'가 그것으로
신형보주에 의한 정신오염을 받고있다는 표현입니다만, 타냐의 캐릭터와 정면에서 배치되고 있지요.

존재X를 증오하는 타냐라면 로자리오를 팔거나 파괴하는게 당연한 선택.
하지만 정신오염의 결과임을 자각하고도 그대로 남기는 행동을 합니다.


이게 진짜 문제인게, 타냐가 어디까지 정신오염된 것인지 독자는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독자가 지지하는 타냐가 본래의 타냐인지, 아니면 이미 존재X의 꼭두각시가 된 타냐인지 불분명하다는 거죠.
입으로는 존재X를 저주하지만 이미 괴뢰가 된 주인공을 무슨 재미로 지켜보겠습니까?
과정이 어떻든 주인공의 패배가 확정된 이야기를 보는 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원작소설을 좋아했다가 포기하게 된 이유 중엔, 먼 결과보다는 당장의 이익만을 우선하는 타냐의 '선택'이 문제였습니다. 당장은 합리적으로 보이는 선택이 전쟁을 격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박식한 지식으로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전쟁을 중단/종결하려는 행동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 결과, 주인공의 전투는 이기는데 전술적으로는 말라가는 형세를 계속해서 보이죠.

1~4까지의 선택지의 결과가 꽝이라면 제 5의 선택지를 스스로 만들어 흐름을 바꿔야하는데 그걸 못해요. 어찌보면 '현대인 만능론'을 부정하기 위한 주인공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했고요.

작가가 이리저리 숨기고 커버하기에 모호한 이야기가 되어가는 원작에 비해,
'정체불명의 고차원체에 적대해가는 전생 소녀'라는 구도가 명확해서 오히려 마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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